월남 사람이 만드는 월남 국수

분류없음 2009.08.09 15:12

지난 주 일요일에는 사장님이 필라델피아에 물건 배달하러 가시는데 따라갔다 왔다. (올 때는 식곤증에 의한 사장님 완전 사망으로 인해 내가 운전..^-^v) 여기서 거기까지는 약 160Km정도로 2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우리는 두 군데에 물건을 배달한 후 월남 국수 집에서 국수와 볶음밥을 먹었다.

나는 고수(향채, 상차이, 실란초, 실란트로)는 매우 싫지만 월남 국수는 좋다. 그러니까 한국식 월남 국수를 좋아한다. 고수가 안 들어 있고 국물맛이 은은한 그 월남 국수 말이다.

이 댁 가족들과도 월남 국수 집에 몇 번이나 갔는데, 한 번을 제외하면 다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한국식 월남 국수 집이었다. 이 댁 가족들은 모두 그 한국식 월남 국수는 좀 싱겁다고 했다. 그리고 나도 한번 이 댁 사모님, 아들, 딸과 함께 한국 사람이 하는 곳이 아닌 다른 월남 국수집에 갔었는데, 조금 진한 국물이 (고수만 제외한다면) 꽤 맛있었다. 그러고보면 파리에 재원이네 갔을 때 재원이 부부가 사줬던 월남 국수도 고수가 듬뿍 들어있어서 괴롭긴 했지만 국물이 매우 진한 것이 매력 있었다. 특히 사장님과 사모님은 필라델피아에 기가 막힌 월남 국수집이 있는데 그 집 국수가 진짜 월남 국수라고 하시던 터라 이번에 필라델피아에 따라갈 때는 물건을 배달할 가게도 궁금하고 사장님 말동무할 생각도 있었지만, 그 월남 사람이 한다는 기가 막힌 월남 국수맛을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결과는 꽤 맛있었다는 것이다. 고수가 들어있기는 했는데, 왠일인지 거슬릴 만큼은 아니었고, 확실히 이걸 먼저 먹어본 사람들은 한국식 월남 국수가 싱겁다고 느낄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수에 대해서 마음 수련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전보다 많이 거부감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사장님이 그 월남식 된장? 같은 것을 너무 많이 넣어서.. 흠.. 그게 좀 아쉽다면 아쉬웠다.

맛과 향이라는 것은 특히 진한 맛과 향이라는 것은 뭔가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고향 같은 것인데, 그래서 좀처럼 잊기도 힘들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나는 내가 싫어하는, 혹은 모르는 어떤 맛들에 대해서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나도 그게 맛있었으면 좋겠는데, 나도 그 맛을 알았으면 좋겠는데 하는 마음이 든다.

100m 밖에서 냄새가 나도 사흘간 밥맛이 떨어졌던 산초(분디)로 드레싱한 샐러드를 언젠가 생각지도 않게 맛있게 먹고 난 후 사실 매우 싫어하던 맛이 매우 좋아하는 맛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언젠가는 축구 경기나 야구 경기를 보고 기억하면서 짜릿해하는 그 맛도 알게 될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캔듸쓰 2009.08.10 00:20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아 나참.. 블로그 활동만 열심히 하지말고 전화 좀 받으세요.

  2. naebido 2009.08.15 11:4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나도 번데기 향을 맡고 '우아 맛있는 냄새다' 할 날이 올까. 안 먹어 봤으니 알 수가 없어. 일단 먹어봐야하는데 말이지. 암튼 어제 과음떔에 쌀국수가 무지 먹고 싶구나.. (해장에 췍오!!)